일알못 유학생의 패기 충만 면접기: 일본어 한마디 못 하던 내가 첫 알바를 구하고 살아남은 생존 치트키
안녕하세요! 지난 포스팅에서는 외국인이라 서러웠던 일본 부동산 심사 돌파기에 대해 이야기해 보았는데요. 무사히 방을 구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통장 잔고를 채우기 위한 가장 거대한 미션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로 ‘일본에서 첫 아르바이트(바이토) 구하기’입니다.
지금이야 일본에서 직장도 구하고 영주권까지 따서 여유롭게 살고 있지만, 십수 년 전 갓 넘어온 유학생 시절의 제 일본어 실력은 그야말로 처참함 그 자체였습니다.
인터넷이나 주변에서는 "최소한 소통은 돼야 알바를 구한다", "일본어 못하면 면접 연락도 안 온다"라며 겁을 주곤 했는데요. 일본어 한마디 못 하던 제가 맨몸으로 부딪히며 첫 알바를 구하고, 일하면서 일본어 실력을 폭발적으로 키웠던 황당하면서도 눈물겨운 생존 노하우를 솔직하게 풀어보겠습니다.
1. "하이, 이이에"만 들고 간 일알못의 패기 면접기
당시 제 일본어 실력은 정말 심각했습니다. 아는 단어라고는 "하이(예)", "이이에(아니오)", 숫자 1부터 10까지, 그리고 간단한 인사말이 전부였죠. 이 실력으로 알바를 구하겠다고 나섰으니 지금 생각하면 정말 대책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굶어 죽을 수는 없으니 무작정 패기 하나만 믿고 전화를 돌려 면접을 보러 갔습니다. 당연히 사장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단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면접 내내 사장님 얼굴 표정과 현장 분위기만 살피며, ‘음, 분위기상 "예"라고 해야 할 타이밍이군’ 싶으면 "하이!", 조금 심각해 보이면 "이이에…" 정도밖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속으로는 ‘이 면접은 완전히 망했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패기와 간절함이 통했는지 덜컥 합격을 주시는 사장님들이 계셨습니다. 일본어를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초보 유학생에게는 면접장에서 보여주는 성실한 눈빛과 기죽지 않는 패기가 생각보다 엄청난 무기가 됩니다.
2. 초반 서바이벌을 위한 최고의 치트키: 한국 음식점 공략하기
하지만 현실적으로 일본어가 아예 안 되는 상태에서 현지 일본 가게만 찌르는 것은 시간 낭비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서빙은커녕 그저 뒤에서 그릇을 씻으려고 해도 “대화가 안 통한다”, “외국인은 안 받아요”라며 거절당하는 곳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사실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한국에서 아르바이트를 구하는데 한국어를 전혀 못 하는 외국인이 들어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같이 일해야 하는 매니저나 동료들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환장할 노릇'일 겁니다. 소통이 안 되니 일을 가르칠 수도 없고 사고가 날까 봐 조마조마하겠죠. 일본인 가게 사장님들도 정확히 똑같은 마음인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이번 달 야칭과 식비가 급한 초보 유학생들을 위해 제가 드리는 최고의 초반 생존 팁은 바로 ‘한식당(한국 음식점)’을 공략하는 것입니다.
각 지역의 번화가에 가면 한국 음식점들이 정말 많습니다. 중요한 건 이곳의 사장님들 중 상당수가 유학생 출신이라는 점입니다. 본인들이 먼저 힘든 유학생 시절을 겪어봤기 때문에 유학생들의 사정을 누구보다고 잘 이해하고, 진심으로 잘 챙겨주시는 좋은 사장님들이 많이 계십니다.
게다가 한식당 사장님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한국인 유학생을 무조건 채용하고 싶어 합니다.
- 일손의 성실함: 타지에서 살아남으려는 유학생들의 생활력과 성실함을 높게 평가합니다.
- 높은 한식 이해도: 설명하지 않아도 김치찌개, 된장찌개, 삼겹살 등 한국 음식을 잘 알고 다룰 줄 알기 때문에 교육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흔히 "일본에 왔으면 한국인하고 절대 엮이지 마라, 그래야 일본어가 빨리 는다"라는 조언을 많이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일본인 틈에서 굴러야 언어가 빨리 부쩍 늘긴 하죠. 하지만 초반에 당장 굶어 죽기 직전이고 살기 위해 알바를 찾아야 하는 서바이벌 상황이라면, 한식당 알바는 최고의 생존 치트키이자 디딤돌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돈을 벌며 생활을 안정시킨 뒤, 일본어가 조금 늘었을 때 현지 가게로 옮겨도 결코 늦지 않습니다.
3. 자전거 출퇴근길, '일알못'을 바꾼 무한 반복 학습법
알바를 구한 뒤에도 제 서바이벌은 계속되었습니다. 일본은 교통비가 한국에 비해 무지막지하게 비쌉니다. 알바처에서 교통비를 지원해 주더라도, 초기 자금을 단 100엔이라도 아끼기 위해 저는 전철 한 정거장 거리를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했습니다. (전 시골지역이라 편도 30분 정도 였습니다.)
그리고 이 자전거 출퇴근 시간은 제 일본어 실력을 완전히 뒤바꾼 인생 최고의 공부 시간이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일본어가 많이 서툴렀기 때문에 알바에서 쓰는 접객 문장이나 지시 사항을 전혀 다룰 줄 몰랐습니다. 그래서 매일 알바처에 가면 선배 스태프의 뒤를 악착같이 따라다니며 그들이 손님에게 쓰는 문장, 일할 때 쓰는 표현을 하나도 빠짐없이 메모장에 전부 다 받아 적었습니다.
그리고 매일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길에 그 메모를 보며 입 밖으로 소리 내어 무한 반복으로 외웠습니다. 처음에는 짧은 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그 문장이 입에 잘 붙고 익숙해지면 다음 문장을 더 길게 연결해서 말하는 식으로 연습을 이어갔죠. 페달을 밟으며 길거리에서 미친 사람처럼 일본어 문장을 수백 번, 수천 번 읊조렸던 것 같습니다.
학원에 앉아서 책으로 배운 일본어가 아니라, 당장 살기 위해 알바 현장에서 선배들의 말을 훔쳐 적고 자전거 위에서 땀 흘리며 무한 반복했던 이 습관이 제 일본어 실력을 엄청나게 키워준 일등 공신이었습니다.
먼저 정착한 선배로서의 한마디 조언
일본어가 안 된다고 해서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습니다. "하이, 이이에"만 할 줄 알아도 부딪히면 어떻게든 길은 열립니다. 정 힘들다면 한식당의 문을 두드리세요. 따뜻하게 품어줄 선배 사장님들이 계십니다.
그리고 알바를 시작했다면 선배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메모하세요. 출퇴근 길에 무한 반복하며 몸으로 익힌 언어는 절대 배신하지 않습니다. 아낄 수 있는 교통비부터 몸으로 부딪치며 아끼고 공부하다 보면, 어느새 일본 생활에 단단하게 적응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유학 비자로 와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시간 제한과, 세금/사회보험을 피하며 안전하게 돈 모으는 [일본 생활 첫해 주민세 폭탄? 외국인이 꼭 알아야 할 세금/사회보험 기초 지식]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